AI 광고 영상 제작,현장에서 진짜 달라진 것들
생성 버튼 한 번에 광고 한 편이 뚝딱 나오는 마법은 없다. 대신 새벽 3시까지 로케이션 헌팅하던 시간을 프롬프트와 샷 시퀀스 검증으로 바꾸는, 조금 더 치열하고 솔직한 작업이 시작됐을 뿐이다.
렌더링은 1분 만에 끝나지만, 버리는 데 반나절이 걸린다
미드저니나 런웨이를 켜면 1분 만에 그럴듯한 컷이 수십 장씩 쏟아진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실제 촬영장에선 테이크 5번 안에 결판을 내지만, 생성 도구 앞에선 100장의 '어설프게 괜찮은' 컷 중에서 단 하나를 골라내야 한다.
선택지가 폭발할수록 디렉터의 눈은 금방 피로해진다. 모델의 최신 버전이 무엇인지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결국 현장에서 퀄리티를 가르는 건 우리가 무엇을 과감히 버릴 줄 아느냐다.
AI는 결정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결정을 더 이른 시간에 강요한다.

화려한 프롬프트보다 견고한 비주얼 바이블
프롬프트 창에 8k, photorealistic 같은 수식어를 백 개 붙여봐야 소용없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건 예쁜 그림 조각이 아니라 브랜드의 태도다. 우리는 작업을 시작할 때 프롬프트 창부터 닫고 비주얼 바이블을 먼저 정리한다.
인물의 나이대, 피부 톤, 사용하는 렌즈의 밀리수(35mm인지 85mm인지), 키 라이트의 각도와 콘트라스트 비율을 먼저 못 박아둔다. 이 기준이 명확해야 미드저니로 뽑든 클링으로 뽑든 한 편의 영화처럼 이어진다.
컷 단위가 아닌 시퀀스로 사고하기
AI 툴만 잡으면 다들 '한 방의 기가 막힌 컷'을 뽑으려 안달이 난다. 하지만 영상은 미술관에 걸어두는 정지된 액자가 아니다. 와이드 샷에서 인물의 시선이 우측을 향했다면, 다음 바스트 샷에서는 그 시선의 대상이 좌측에 걸려야 한다.
시선 매칭과 운동의 관성이 무너지면 제아무리 헐리우드급 그래픽도 그냥 1초짜리 틱톡 짤방으로 전락한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손으로 콘티를 그리고 샷 리스트의 물리적 동선을 짠다.
굳이 모든 컷을 AI로 만들 필요는 없다
현장에서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이것도 AI로 하신 건가요?' 솔직히 제품의 정확한 라벨 질감이나 손 모델의 미세한 파지법은 실사 촬영이나 3D가 세 배는 빠르고 정확하다.
반면 현실에서 절대 지을 수 없는 초현실적인 건축물이나 계절이 1초 만에 바뀌는 전환은 생성 모델이 압도적이다. 우리는 AI를 맹신하지 않는다. 그저 각 장면에서 가장 덜 고생하고 가장 멋지게 뽑아낼 수 있는 도구를 영리하게 섞어 쓸 뿐이다.
